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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갈라파고스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 (지은이), 장상미 (옮긴이)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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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살아감과 상실, 기쁨과 슬픔, 옛 지혜와 과학을 가로질러 발견한
나무와 우리 사이 순전하고 아름다운 연결고리


★★2019 시구르드 F. 올슨 자연저술상 수상★★

옛 지혜에 실린 나무의 목소리를 따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아가는 찬란한 발걸음
퓰리처상 수상 소설의 모티프가 된 세계적인 여성 식물학자의 일대기


201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소설 『오버스토리』에는 나무들의 의사소통에 관해 연구하는 여성 식물학자가 등장한다. 이 등장인물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모델이 바로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의 저자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이다. 1944년생인 저자는 연구에 몰두해온 지난 50여 년 동안 연구 대상을 정복해야 할 객체로 다루는 과학계의 전통적인 접근 방식을 거부하고 숲의 일부가 되어 나무가 품고 있는 이야기에 조심스럽게 귀 기울여왔다. 생명을 지닌 존재를 위계 없이 존중하는 태도는 기댈 곳 없이 홀로 남겨진 채 자기 비하에 빠져 있던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준 켈트 문화를 통해 배운 것이었다.

“햇빛이 비치는 곳에 서서 나무처럼 되어보라는 가르침은 내가 어린 시절 리쉰스에서 받은 것이다. 한번 해보면, 태양의 단파장 에너지가 피부 위에서 춤추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고대 켈트 세계에는 이 춤을 부르는 이름이 있다. 우주의 노래, 쿄얼터 너 크뤼녜(Ceolta na Cruinne)이다. 이것은 실재한다.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 —213쪽, 「켈트 문자에 담긴 나무들」 중

저자는 열두 살 무렵 부모를 잃고 어머니의 고향인 아일랜드 리쉰스로 보내졌다. 리쉰스 계곡은 폐쇄적인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500년에 걸친 영국 점령기에도 전통인 켈트 문화를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었다. 켈트 세계의 브레혼법에 따르면 고아는 모두의 아이이다. 리쉰스 사람들은 허기와 보호시설로 보내지는 것에 대한 공포,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숨어 있어야 한다는 강박, 상실의 슬픔으로 가득 찬 어린 여자아이를 다정히 맞아주며 아이가 무사히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고대 켈트 문화의 유산을 선물하기로 한다. 계곡의 모든 어른들이 ‘브레혼 후견 과정’의 선생님을 자처해 마음이 어지러울 때 도움이 되는 명상법이나 약 성분이 있는 식물을 식별하는 법 같이 스스로를 잘 돌보기 위해 필요한 여러 실용적인 지혜, 삶이 주는 고통을 받아들이고 일상의 단단함에 기댈 줄 아는 특유의 생활 방식, 숲을 지향하는 켈트 철학과 나무에서 비롯한 오검문자를 가르쳐준다. 처음 받아보는 환대와 살뜰한 손길, 사과 한 알이라도 나눠주고파 하는 환한 마음들 속에서 저자는 땅에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스스로를 온전하게 느끼며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나갈 힘을 얻게 된다. 도저히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막막한 상황 앞에서도 비관하지 않고 기꺼이 첫걸음을 떼는 일이 지닌 가치 또한 배우게 된다. 그 회복의 과정을 느긋하게 지켜보다 보면 독자 또한 마음을 데우는 온기와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무는 저자의 삶에 아주 깊숙이 자리했다. 나무와 자신을 나란히 놓고 나무의 존재를 더 가까이 느끼며 나무가 내는 소리를 듣는 것이 켈트 세계에서 자란 그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저자는 이후 대학에서 식물학과 의학생화학을 복수 전공하며 자연계와 나무에 대한 켈트족의 지식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연구에 매진해왔다. 과학계의 여성 차별과 “과학과 신성함을 섞지 말라”는 비난 속에서도 세포 조직의 이상을 판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생물 발광 현상’과 DNA 배열을 더 잘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유전자 스미어링 기법’을 발견하고, 혈액형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인공 혈액인 ‘무기질혈색소’를 개발하는 등 여러 업적을 이루었다. 이 책은 상실과 트라우마, 과학계의 편협한 시각과 차별을 넘어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여성 식물학자의 발걸음을 한 발 한 발 따라간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거나 눈앞에 놓인 문제가 너무 커서 막막하다고 느껴질 때 그럼에도 그다음을 상상해볼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이다.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우리와 나무, 세계의 지속을 연결 짓는 가장 특별한 방식


“나는 나무에 트립토판-트립타민 경로가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나무도 우리 뇌에 있는 것과 똑같은 화합물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나무에는 생각이나 의식을 갖는 데 필요한 모든 구성 요소가 담겨 있다. 즉, 나무도 듣고 생각할 수 있는 신경 능력을 갖고 있다. 내가 증명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숲이 생각할 수 있고, 꿈도 꿀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 과학계에서는 새로운 지식이었다. 이런 연결고리가 당시에는 밝혀지거나 알려지지 않았다.”—141쪽, 「붉나무꽃」 중

저자가 숲속에서 나무가 내는 기척에 귀 기울이며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연결고리’이다. 저자는 멋진 나무를 찾고 보면 언제나 주변 환경이 건강하고 그 건강한 지대에 속한 모든 것이 그 나무와 연결되어 서로 호혜를 베푸는, 일종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한다. 심지어 나무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여겨지는 생물들 또한 득이 되는 면이 있다. 예를 들어 노란배수액빨이딱따구리는 수액을 빨아먹기 위해 살아 있는 나무의 몸통에 구멍을 뚫는 해를 입히지만, 이 새가 뚫어놓은 구멍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맵시벌은 나무를 온갖 끔찍한 병원균으로부터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나무에서 수액빨이, 맵시벌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연결고리를 통해 숲은 계속해서 유지된다. 그리고 우리 또한 숲 공동체의 연결고리를 이루는 일부로서 존재한다. 나무의 광합성 반응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하는 호흡의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인간과 식물이 화학으로, 산소와 이산화탄소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즉, 우리가 내쉬고 들이쉬는 숨 한 모금 한 모금이 나무와 보이지 않는 선으로 이어져 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를, 나무와 나무 사이, 나무와 다른 생물 사이, 더 나아가 나무와 인간 사이에서도 발견한다.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대의 감각임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생물학적 설계’는 이러한 연대의 감각을 일깨워 우리 개개인과 나무, 세계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다. 진행 중인 기후 위기를 막고 우리의 공동체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행동들을 이야기한다. “도시의 고층 건물 발코니에 화분 하나를 내놓는 것”, 한 사람이 “6년 동안 해마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 나무를 함부로 베지 않도록 “지역 의회에 그 나무를 소중히 여기는 주민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는 것 등 세계를 이루는 연결고리의 일부로서 우리 각자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일러준다. 도토리처럼 조그맣고 하찮아 보이는 일일지라도 이것이 연쇄적으로 연결된다면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은 자칫 허황된 희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구는 하나뿐이고 다른 대안은 없는 지금, 세상은 어차피 망하고 말 거라는 비관주의가 팽배한 이때에 그럼에도 희망을 노래하는 목소리는 소중하다. 이 책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는 “비인간 세계의 이야기를 인간 세계로 옮기는 이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일”을 해냄으로써 우리와 나무, 세계의 지속과 안녕을 말하는 가장 특별한 방식을 보여준다.

A부터 Z까지 켈트 문자의 기원이 된 20가지 나무 백과사전

“그렇게 숲의 글자가 탄생했다. 이 새로운 글자에는 숲과 수천 년간 이어져온 구전 문화의 철학이 담겼다. 글로 쓰인 말은 사소하지 않다. 그 안에 사상이 보존된다.” —216쪽, 「A 소나무, 알름」 중

켈트 세계에는 나무에서 비롯해 자모 하나하나에 나무 이름이 붙어 있는 오검문자라는 글자가 있다. 이 책의 2부에는 오검 자모들과 각 자모의 기원이 된 나무 이야기들에 저자가 과학자로서 얻게 된 정보를 더해 A에 해당하는 소나무부터 Z에 해당하는 가시자두나무까지 20개의 나무(글자)들을 백과사전식으로 정리해두었다. 과거 켈트 세계에서의 쓰임새, 얽혀 있는 전설이나 설화, 특징, 약 성분, 비교적 최근에 새롭게 밝혀진 과학적 사실과 저자가 겪은 사소하지만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망라해 각 나무가 지닌 의미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폈다. 낯선 켈트 문화가 주는 이국적인 정취와 함께 흥미와 읽는 재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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